지난해 11월 26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단기간에 전국으로 확산돼 전남·북과 제주도를 제외한 11개 시·도 75개 시·군에서 발생, 피해 가축만 340여만두 이상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가축 전염병으로는 가장 큰 피해 규모로 특히 이번 구제역은 전파 속도가 빨라 2000년도 이후 처음으로 긴급 예방접종까지 실시하게 됐다. 백신접종 후 현재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일부 지역에서 기존에 감염된 농장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또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도 작년 12월 29일 발생 후 6개시·도 23개 시·군에서 발생해 약 600만수의 닭, 오리 등을 매몰했다. 3월 8일 용인에서 마지막 발생 후 현재까지 추가 발생은 없으나 4월까지 철새도래지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는 비슷한 시기에 같이 발생해 피해 규모가 크고 대량 매몰에 따른 식수 등 환경오염 우려까지 증폭돼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구제역의 경우 초기 바이러스 잠복기 중에 이미 폭넓게 확산됐고 강추위, 열악한 사육환경 등이 겹쳐 확산이 가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발생을 제외하고 2000년도부터 우리는 4차례의 구제역과 3차례의 HPAI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가축방역 체계를 보완했지만 매년 질병의 발생 횟수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똑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이제는 보다 강력한 방역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농가에서도 방역에 대한 철저한 의식이 있어야만 구제역이나 AI를 예방할 수 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첫째 가축방역 체계의 획기적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한 곳에서만 구제역 검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시료 운송시간 지연이나 검사시료 증가 시 검사결과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축산 밀집 권역별로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실험실을 추가로 설치하고 연 1회 이상 가상훈련(CPX) 실시 및 일정 규모 이상의 가축질병 발생 시 군부대 초기지원을 제도화하는 등 초기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공·항만 입국 시 소독대상을 확대하고 휴대품 등 검색을 강화해 외국으로부터 질병 유입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또한 축산농장, 관계자 및 농장출입 차량 등에 대한 상시 관리점검 체계를 구축해 소독 및 기록 관리도 의무화하고 축산농가-생산자 단체의 자율방역체계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그간 구조조정 등으로 인력이 부족한 중앙과 지방의 방역조직을 확충해 한시바삐 재정비해야 한다. 훈련된 전문가를 투입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한다.
둘째 구제역 예방접종을 차질 없이 수행해 추가 발생을 막고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한 국가의 축산업을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구제역이나 HPAI와 같은 악성 가축전염병을 근절하지 않고는 평가대상으로 논의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당분간 백신접종과 소독 등 철저한 차단방역을 통해 추가 발생을 막고 백신접종 동물에 대한 예찰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구제역 백신에 대한 연구센터를 설립해 관련분야 연구 및 기술을 축적하고 더 나아가 국내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도록 기술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가축전염병은 먹을거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 따라서 사전예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사람만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하고 등록요건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친환경축산을 활성화해 국내 축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그간 여러 차례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몸살을 앓았지만 상황이 통제되면 사후대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도 예산 등의 이유로 전문가 양성과 방역체계 정비를 소홀히 한다면 1∼2년 뒤에 똑같은 재앙을 겪지 말란 법이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내 축산업은 설 곳이 없다. 소비자의 외면을 다시 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희생을 치러야 한다. 축산업의 체질 개선만이 우리 축산의 살길이며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만이 축산업이 한 단계 도약해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